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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방송 이론 및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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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 : 새로운 언어를 통해 행해진 창작과 비평 영화는 새로운 언어다. 문필가가 펜으로 글을 적듯 영화작가는 카메라로 자유롭게 자기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런 담론은 영화가 시각과 스토리의 직접적 요구에서 벗어나면서 마치 언어처럼 미묘하고 유연한 수단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카메라 만년필론’이라 부르는데, 프랑스의 감독 겸 평론가 알렉상드르 아스트뤼가 주로 주장했다. 이런 배경에 아녜스 바르다와 그의 영화 가 놓여있다. 아녜스 바르다는 기존 영화진영에 저항하며 독립적인 영화제작을 시도했다. 그는 다수의 에세이 영화를 제작했는데, 특히 영화와 글쓰기를 접목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러한 시도는 영화를 단지 보는 게 아니라 읽는 것으로 규정하고 선언한 것이다. 먼저 에서 관객은 그림 하나와 감독인 아녜스 바르다를 본다. 처음 관객은 이삭 줍는 사람들을 그린..
이념의 통로로서 영화와 혁명적 움직임 영화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영화란 움직이는 이미지로 이뤄진 스펙터클이라 할 수 있다. 이 스펙터클은 아무 의미 없는 이미지 조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미지 사이에는 우리가 어렴풋이 알거나 봤던 ‘이념’이 녹아들어 있다. 바디우(Badiou)는 “영화란 이념의 상기에 바쳐진 예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념’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이념을 영어로 번역하면 Ideology(이데올로기)다. 추구하는 가치와 준수할 규범이라는 뜻을 가지기도 하고, 논리적으로 구축된 일정한 세계관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마르크스/자본주의 이데올로기’, ‘반공 이데올로기’ 등을 우리는 숱하게 들어왔다. 이 개념이 좋든 싫든지를 떠나서 이념 없이 사회는 존속될 수 없다. 어느 사회든지 누구나 ..
<올 리브 올리브> 리뷰 : 땅 위에 발 딛고 서서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그곳에 있던 팔레스타인은 지도에서 사라졌다. 팔레스타인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로 분리되었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점령을 강화하고 있다. 가자지구엔 주기적인 폭격과 봉쇄를 일삼고 서안지구엔 정착촌과 검문소를 설치한 것이다. 460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오늘도 이스라엘의 폭력과 감시 아래에서 살아간다. 영화 는 이스라엘이 설치한 거대한 벽을 마주하며 시작한다. 곧이어 삼엄한 경계 속 검문소를 지나 긴 길을 달려간다. 봉쇄와 감시로 겹겹이 둘러싸인 그곳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라는 제목은 여러 의미를 함축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주 수입원은 올리브 농사다. 당연히 자기 밭을 잘 가꾸고 좋은 수확물을 내야 먹고 살 수 있다. 그런데 자기 밭에..
<멋진 일요일>과 <휴일> 리뷰 : 붕괴 이미지를 중심으로 과 을 연결 짓는 이미지는 붕괴 순간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려는 주인공의 몸부림이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1947년 작품 과 이만희의 1968년 작품 , 두 작품은 지리적은 물론이고, 시간적으로도 동떨어진 작품이다. 하지만 두 작품은 구조적으로 유사할 뿐 아니라 포착하고 있는 시대적 분위기도 비슷하다. 과 이 각 시대의 공기를 어떻게 포착했는지, 그 공기는 어떠한 시점에서 표현되었는지 살펴보자. , 모두 일요일 하루 동안의 일이다. 즉 두 영화의 구조적 유사성은 ‘일요일 하루’라고 볼 수 있다. 일요일이란, 일반적으로 노동을 하지 않는 날, 쉬는 날이지만, 의 남자 주인공 유조와 의 남자주인공 허욱은 일요일에 불안감과 좌절감이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주인공의 이러한 감정은 일요일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것에..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 구조와 의미 미학적 정서 실제의 삶에서는 지적인 것과 정서적인 것은 서로 다른 비율을 유지하며 나타난다. 반면 예술에서는 이 두 가지를 통일시킨다. 이야기란 이런 초자연적인 일을 의지적으로 실현해 내는 도구인데, 이 두 가지가 통일되어 있는 현상을 일컬어 미학적 정서라고 한다. 아이디어(지적인 것)이 감정의 흐름(정서적인 것)을 타고 움직일 때 그 아이디어는 훨씬 강력하고 근본적이고 훨씬 기억에 남는 것이 된다. 이야기는 우리가 인생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쥐어준다. 실제경험은 시간이 흐른 뒤에 반성을 통해서만 의미를 갖게 되지만, 예술에서는 모든 경험이 그것이 일어나는 바로 그 순간에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예술은 비지성적이지만, 반지성적이진 않다. 지적인 논증의 방식이 아니라 감각과 직관, 감정을 통해서 관객의 ..
멜로드라마적 상상력 - 수사학의 드라마 멜로드라마의 가장 직접적이고 현저한 특징 중 하나는 인물들이 세계에 대한 그들의 도덕적 판단을 직접적으로 명백하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시작부터 자신들과 타인들을 성격화하기 위한 심리적이고 도덕적인 추상개념의 어휘를 사용한다. 도덕적 형용어구는 처음부터 현저하게 빈번한데, 사람들은 ‘정직한’, ‘순결한’, ‘존경할 만한’, ‘흥미로운’ 이들이며, 아니면 그들은 ‘가짜의’, ‘끔찍한’, ‘야비한’, ‘잔인한’, ‘포악한’ 이들이다. 형용어구는 서사시에서만큼이나 멜로드라마에서 거의 정형화되어있다. 단순한 성격화-인물을 위한 기호-인 형용어구는 연극의 구조와 주제를 구성하는 것이기도 하면서, 물론 미묘한 것으로 만들어준다. 한 사람 고유의, 그리고 다른 사람의 도덕적 본성을 말하는 것은 멜로드..
멜로드라마와 모더니티 - 의미 오늘날 멜로드라마란 용어는 통상 주정주의와 감상성의 음역을 강조하는 일련의 하위장르를 언급할 때 쓰인다. 이것은 초창기 영화산업에서 통용되던 일반적인 의미라고는 할 수 없다. 멜로드라마라는 단어가 처음 쓰이게 된 것은 1910년 ‘눈물 쏙 빼는 드라마’라는 제목의 잡지 기사가 나왔을때였는데, 그 기사는 여성들의 눈물을 쥐어짜는 연극을 화제로 한 것이다. 앨런 데일은 “가슴을 찢어지게 만드는 드라마는 여성들의 사랑-비애에 대한 갈증”을 채워준다고 말하며 “결혼이나 그것의 다양한 변주들은 여성들의 삶에서 가장 큰 요소이기 때문에 여성들은 그것을 연기하거나, 불가능하게 만들거나, 혹은 엄청난 투쟁의 결과로 제공하는 수심 가득한 이야기에 숨죽여 관심을 갖는다.”고 했다. ‘눈물 쏙 빼는 드라마’의 어디에도 멜로..
<영화이론> : 피부와 접촉으로서의 영화 토마스 맬새서 ‧ 말테 하게너의 저작 은 ‘영화는 육체와 어떤 관계인가?’를 묻고 있다. 그중 5장 ‘피부와 접촉으로서의 영화’는 피부와 접촉의 경험으로 영화를 파악하고 분석한 이론을 소개한다. 저자는 본격적인 챕터에 들어가기에 앞서, 영화 (US, 2004, 폴 해기스)의 장면을 서술한다. 이 영화가 그려내는 모습은 소통의 불가능성뿐 아니라, 인종주의와 인종적 편견을 다루면서 피부와 접촉의 패러다임을 보여준다. 영화 속 인물들은 반복해서 진정한 접촉과 타인의 내면에 도달하려는 시도를 하지만, 이런 육체적·감성적·촉각적 소통의 시도는 마치 아무것도 뚫고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은 피부의 표면에서 반복적으로 실패한다. 실패의 이유는 피부가 육체의 ‘중립적 포장지’이상이기 때문이다. 피부는 문화적으로, 의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