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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방송 이론 및 비평/영화 리뷰

<올 리브 올리브> 리뷰 : 땅 위에 발 딛고 서서

<올 리브 올리브>(2016)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그곳에 있던 팔레스타인은 지도에서 사라졌다. 팔레스타인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로 분리되었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점령을 강화하고 있다. 가자지구엔 주기적인 폭격과 봉쇄를 일삼고 서안지구엔 정착촌과 검문소를 설치한 것이다. 460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오늘도 이스라엘의 폭력과 감시 아래에서 살아간다. 영화 <올 리브 올리브>는 이스라엘이 설치한 거대한 벽을 마주하며 시작한다. 곧이어 삼엄한 경계 속 검문소를 지나 긴 길을 달려간다. 봉쇄와 감시로 겹겹이 둘러싸인 그곳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올 리브 올리브>라는 제목은 여러 의미를 함축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주 수입원은 올리브 농사다. 당연히 자기 밭을 잘 가꾸고 좋은 수확물을 내야 먹고 살 수 있다. 그런데 자기 밭에 들어가기 위해선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통행증을 발급받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자기 땅에 대한 소유권과 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한 것이다. 또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민가에 최루탄을 던지고 불을 지르는 만행을 일삼는다. 이런 억압 속에서 이들의 일상은 크든 작든 그 자체로 투쟁이 되어버렸다. 영화는 팔레스타인 민중봉기의 역사적 맥락이나 거대 담론을 보여주는 것을 피하고, 민중의 삶 자체를 보여주며 일상의 정치성을 드러낸다.

감독은 팔레스타인의 여러 공간과 인물을 뒤섞어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놓치지 않으려는 게 있는 듯하다. 팔레스타인에서 살아가는 민중의 삶, 그중에서도 여성과 아이들의 얼굴을 감독은 끝까지 붙잡는다. 민중봉기를 거치면서 많은 남성이 죽거나 감옥에 갇힌 뒤, 여성이 팔레스타인 사회를 일으켜야 했다. 자연히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영화 내레이션으로 쓰인 위즈단의 목소리에서 그러한 강인함과 동시에 아픈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아이의 모습도 마냥 밝지는 않다. 즐겁게 웃고 떠드는 아이의 모습 뒤에 어둠이 서려 있다. 아베드 할아버지가 팔레스타인의 아픔을 이야기하니, 어린 손자는 “돌을 던져 쫓아낼 거”라고 외친다. 두려움과 불안의 대물림, 동시에 아래 세대에선 바뀌길 바라는 희망이 공존한다.

비극적 상황에서도 이들은 작게나마 삶을 긍정한다. 그럼에도 삶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빼앗긴 땅에 살아가는 인간이란 존재에 관해 묻는다. 그래서인지 특정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분쟁 이상으로 이야기를 대하게 된다. 시공간을 초월해 이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무함마드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나는 길을 잃고 정처 없이 떠돕니다. 내 나라를 찾으면 그때 내가 누구인가를 알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위즈단 또한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팔레스타인에서 살아간다는 건 분명 고통스럽지만, 내가 꿈꾸며 이루고 싶은 행복은 이곳에 있다”고 한다. 이렇듯 영화는 땅 위에 발 딛고 살아가는 인간의 삶과 행복을 말하고 있다.

 

<올 리브 올리브>(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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