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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방송 이론 및 비평/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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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 : 새로운 언어를 통해 행해진 창작과 비평 영화는 새로운 언어다. 문필가가 펜으로 글을 적듯 영화작가는 카메라로 자유롭게 자기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런 담론은 영화가 시각과 스토리의 직접적 요구에서 벗어나면서 마치 언어처럼 미묘하고 유연한 수단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카메라 만년필론’이라 부르는데, 프랑스의 감독 겸 평론가 알렉상드르 아스트뤼가 주로 주장했다. 이런 배경에 아녜스 바르다와 그의 영화 가 놓여있다. 아녜스 바르다는 기존 영화진영에 저항하며 독립적인 영화제작을 시도했다. 그는 다수의 에세이 영화를 제작했는데, 특히 영화와 글쓰기를 접목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러한 시도는 영화를 단지 보는 게 아니라 읽는 것으로 규정하고 선언한 것이다. 먼저 에서 관객은 그림 하나와 감독인 아녜스 바르다를 본다. 처음 관객은 이삭 줍는 사람들을 그린..
<올 리브 올리브> 리뷰 : 땅 위에 발 딛고 서서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그곳에 있던 팔레스타인은 지도에서 사라졌다. 팔레스타인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로 분리되었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점령을 강화하고 있다. 가자지구엔 주기적인 폭격과 봉쇄를 일삼고 서안지구엔 정착촌과 검문소를 설치한 것이다. 460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오늘도 이스라엘의 폭력과 감시 아래에서 살아간다. 영화 는 이스라엘이 설치한 거대한 벽을 마주하며 시작한다. 곧이어 삼엄한 경계 속 검문소를 지나 긴 길을 달려간다. 봉쇄와 감시로 겹겹이 둘러싸인 그곳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라는 제목은 여러 의미를 함축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주 수입원은 올리브 농사다. 당연히 자기 밭을 잘 가꾸고 좋은 수확물을 내야 먹고 살 수 있다. 그런데 자기 밭에..
<멋진 일요일>과 <휴일> 리뷰 : 붕괴 이미지를 중심으로 과 을 연결 짓는 이미지는 붕괴 순간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려는 주인공의 몸부림이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1947년 작품 과 이만희의 1968년 작품 , 두 작품은 지리적은 물론이고, 시간적으로도 동떨어진 작품이다. 하지만 두 작품은 구조적으로 유사할 뿐 아니라 포착하고 있는 시대적 분위기도 비슷하다. 과 이 각 시대의 공기를 어떻게 포착했는지, 그 공기는 어떠한 시점에서 표현되었는지 살펴보자. , 모두 일요일 하루 동안의 일이다. 즉 두 영화의 구조적 유사성은 ‘일요일 하루’라고 볼 수 있다. 일요일이란, 일반적으로 노동을 하지 않는 날, 쉬는 날이지만, 의 남자 주인공 유조와 의 남자주인공 허욱은 일요일에 불안감과 좌절감이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주인공의 이러한 감정은 일요일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것에..
김기영 감독의 <현해탄은 알고 있다> 리뷰 김기영 감독의 영화 는 일본의 전선에 투입된 조선 학도병에 대한 영화이다. 영화는 ‘경계’라는 단어로 압축해 표현할 수 있다. 조선과 일본이라는 지리학적 경계와 인종적 경계로서, 조선 학도병들의 삶, 그리고 조선 남성과 일본 여성의 사랑을 보여준다. 시기적, 정치적 경계로는, 영화가 제작된 시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정치적으로 1960년대는 ‘비상사태’였지만, 아이러니하게 한국영화계는 황금기였다. 즉 영화 는 수많은 경계에 서있다. 가 만들어졌을 당시, 사회는 혼란스러웠다. 이때는 ‘4.19혁명’과 ‘5.16 군사정변’으로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었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의 꽃을 피웠던 시기인 동시에, 그 꽃이 처참하게 짓밟혔던 시기였다. 박정희 정권은 ‘5.16 군사정변’ 이후, 연이어서 헌법을 개정하며, ..
이병일 감독의 <반도의 봄> 리뷰 이병일의 은 영화 을 찍는 메타영화이다. 에서 중요하게 봐야할 부분은 제작시기, 즉 일제강점기이다. 그 당시 은 어떤 의미였는지, 그리고 영화 속에서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는 이중 언어(일본어-조선어)는 어떤 의미인지, 시기적 맥락에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서 의 제작 과정은 특정한 의미부여가 있다. 사실 은 일제 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시대적인 맥락 가운데에서 재생산되고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도 책 출판뿐만 아니라, 연극과 영화로도 수십 차례 만들어졌다. 1923년 일본인 하야카와 고슈(早川孤舟)가 감독한 이 크게 히트하여, 사극영화의 효시가 되었으며 고전영화 붐이 일어났다. 이렇듯 일본 제국으로서는 식민지 조선을 표상할 수 절호의 소재가 되었으며, 조선의 민족주의자들 입..
이만희 감독의 <쇠사슬을 끊어라> 리뷰 이만희 감독의 는 웨스턴 활극을 표방하는 영화로, 만주활극, 대륙활극, 대륙 만주물이라고 불린다. 이 영화의 내용은 ‘티베트 불상’을 쫓는 3명의 남자와 일본군, 독립군들의 충돌 속에서 진행된다. 세 남자가 만나고, 서로의 갈등을 그린 다음, 배신하는 장면과 구출하는 장면, 그리고 또 다른 갈등이 계속 반복되는 구조다. 마지막, 서로 힘을 합쳐 일본군을 이기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이 세 명의 범법자가 티베트 불상을 쫓는 과정이 그리 특별하지는 않다.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건 다른 부분이다. 내가 주목했던 부분은 ‘연극’이라는 단어이다. 중요한 사건에 들어가기 전 ‘이제 1막이 시작 되는군’라는 식의 추임새를 넣는가 하면 ‘연극’하지 말라는 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또 연극 무대의 막이 오르듯,..
송 라브렌티 감독의 <고려사람> 리뷰 은 송 라브렌티 감독이 만든 빛바랜 영화이다. 영화는 카자흐스탄의 풍경을 조용히 비추다가 이국적 외모를 지닌 사람의 인터뷰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이국적 외모의 그들은 고려어라고 알려진 언어를 사용한다. 풍경 이후의 인터뷰 사운드는 거의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비록 추측이지만, 인터뷰의 내용은 주로 가족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개인사 이야기였다. 이 영화는 두 가지 요소에 의해 낯설게 다가온다. 첫째는 제목이고, 둘째는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이다. 그 전에 그들의 이국적 외모에 집중해야한다. 영화 속 그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동양적 외모가 아니라, 완벽한 이국적 외모의 소유자들이다. 그런 그들이 이라는 제목의 영화 안에서, 고려어를 사용하고 있다면 어떤 생각을 가지겠는가? 아마, 혼혈이라고 생각하는 경..
영화 <오발탄> 리뷰: 영화의 리얼리즘에 관하여 유현목의 을 범주화하는 역할로서, 리얼리즘에 대한 논의는 중요했다. 리얼리즘 논의에 관한 대립과 해체에 관련된 글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영화 속에서 영화사가 찍으려 했던 영화는 리얼리즘 영화인가?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을 떠나, 유추해볼 수 있지 않을까. 질문에 답을 내리기 위해, 리얼리즘에 대한 정의부터 짚어보자. 영화담론에서 얘기되는 리얼리즘은 크게 ‘형식으로서 리얼리즘’과 ‘태도로서의 리얼리즘’ 두 가지 층위로 존재한다. 형식으로서 리얼리즘은 할리우드 고전영화에서 나타나는 미학양식을 말한다. 자연스러운 컷이나 씬을 구성하며, 재현된 현실을 실재와 구별할 수 없도록 한다. 즉, 관객이 생각하게 하기 보다는 세계에 대한 지배계급의 관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한다. 형식으로서 리얼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