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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라브렌티 감독의 <고려사람> 리뷰 은 송 라브렌티 감독이 만든 빛바랜 영화이다. 영화는 카자흐스탄의 풍경을 조용히 비추다가 이국적 외모를 지닌 사람의 인터뷰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이국적 외모의 그들은 고려어라고 알려진 언어를 사용한다. 풍경 이후의 인터뷰 사운드는 거의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비록 추측이지만, 인터뷰의 내용은 주로 가족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개인사 이야기였다. 이 영화는 두 가지 요소에 의해 낯설게 다가온다. 첫째는 제목이고, 둘째는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이다. 그 전에 그들의 이국적 외모에 집중해야한다. 영화 속 그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동양적 외모가 아니라, 완벽한 이국적 외모의 소유자들이다. 그런 그들이 이라는 제목의 영화 안에서, 고려어를 사용하고 있다면 어떤 생각을 가지겠는가? 아마, 혼혈이라고 생각하는 경..
영화 <오발탄> 리뷰: 영화의 리얼리즘에 관하여 유현목의 을 범주화하는 역할로서, 리얼리즘에 대한 논의는 중요했다. 리얼리즘 논의에 관한 대립과 해체에 관련된 글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영화 속에서 영화사가 찍으려 했던 영화는 리얼리즘 영화인가?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을 떠나, 유추해볼 수 있지 않을까. 질문에 답을 내리기 위해, 리얼리즘에 대한 정의부터 짚어보자. 영화담론에서 얘기되는 리얼리즘은 크게 ‘형식으로서 리얼리즘’과 ‘태도로서의 리얼리즘’ 두 가지 층위로 존재한다. 형식으로서 리얼리즘은 할리우드 고전영화에서 나타나는 미학양식을 말한다. 자연스러운 컷이나 씬을 구성하며, 재현된 현실을 실재와 구별할 수 없도록 한다. 즉, 관객이 생각하게 하기 보다는 세계에 대한 지배계급의 관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한다. 형식으로서 리얼리즘..
장률 감독의 <경계> 리뷰 장률 감독의 는 탈북 모자(순희와 창호)가 몽골의 사막을 통해 탈북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몽골의 한 집에는 항가이라는 남자가 나무를 심으며 살고 있으며, 그의 아내와 딸은 딸의 치료를 위해 도시로 떠났다. 그러던 중, 탈북 모자는 항가이를 우연히 찾아온다. 그렇게 탈북모자와 항가이의 이상한 동거가 시작된다. 영화는 로드무비로서 스펙터클한 과정이 아닌, 몽골의 한 집에 정착하며 생활하는 일상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는 우리 사회의 많은 경계를 보여준다. 크게는 인종, 민족 간의 경계, 작게는 가족 간의 경계가 있다. 하지만 제목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영화는 경계를 가지는 동시에 그 경계를 허문다. 영화가 경계를 어떻게 쌓고, 허무는지 살펴보며 정치적 표현과 미학적 표현을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영화..
정창화 감독 <에랴이샹> 리뷰 팜므파탈적인 여배우 문정숙의 담배연기와 함께 영화는 시작한다. 정창화 감독의 은 명문대 4학년 남학생과 술집 여자의 사랑이야기를 그린다. 시위를 하다 부상을 입은 조세영은 이난희의 집에 우연히 들어가게 된다. 이난희는 조세영을 도와주고, 둘은 서로 사랑에 빠진다. 이 영화는 많은 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영화 장르에 대한 논의와 각 인물의 분석, 그리고 시공간적 배경(영화의 배경은 4.19혁명이지만, 왜 상해의 기억, 식민지의 기억을 불러오는지)을 통해 영화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다. 영화는 단순히 멜로드라마의 장르적 성격을 지닌 것처럼 보이지만, 멜로드라마의 선에서는 약간 이탈해있다. 를 멜로드라마로 봤을 때 가장 큰 특이점은 ‘가족이 없는 가족 멜로드라마’라는 것이다. 난희와 세영 둘 모..
김기영 감독 영화 <하녀> 리뷰 김기영 감독의 는 생각해볼 지점이 많은 영화다. 물질적, 성적 판타지에 대한 지점, 근대의 열망과 그 당시 관객성에 대한 지점, 그리고 페미니즘적인 지점과 그 외의 많은 지점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 여기서는 물질적 판타지와 그로 인한 자본에 대한 페티시즘, 그리고 감독이 여성을 어떻게 묘사했는지를 중심으로 보고자 한다. 물질적 판타지에 대해 얘기해보자. 주인공은 2층의 양옥집에서 생활하며, 신발을 신고 다닌다. 아내는 재봉틀로, 남편은 피아노로 돈을 버는 중산층이며, 부부 중 아내가 돈을 벌어 집을 장만하고, 집에 하녀를 두기로 한다. 남편이 일하는 직장으로 가면, 여공들이 커다란 기계에서 벗어나 피아노 반주에 맞춰 합창을 배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도 그런 집에서 살고 있지 않으며, 복지가 좋은 회..
영화 <씻김>, <황홀경> 리뷰 과 은 한국영화사를 영상이라는 매체로 기술한다. 두 영화는 한국영화사를 영화로 기술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기술하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먼저, 장선우 감독의 은 영화가 나온 지 100주년을 기념으로 만든 영화이다. 한국에 영화가 들어온 걸로 따지면, 76년이라는 시간동안 어떤 영화가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 영화의 시작은 동학농민운동의 발원지인 ‘부안’이다. 그 장소에서 일어난 한국사. 우리의 한 많은 역사를 영화로 표현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를 인서트로 대입하며, 한국사와 함께 한국영화사를 소개한다. 영화는 부안에서 광주로 이동한다. 그곳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었고, 그 당시 극장에 대한 인터뷰를 보여준다. 또한 한국의 역사, 유신과 군부, 그리고 검열이 있었다. 이런 방식의 영..
페미니즘, 영화, 여성 (유지나, 변재란 엮음) 책 리뷰 90년대 초반, 페미니즘을 도입할 분위기가 무르익었지만, 체계적인 페미니스트 영화이론서가 한국어로는 부재한 상태에서, ‘페미니즘/영화/여성’은 페미니스트 영화비평의 출발에서부터 현 단계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관점과 논쟁을 제시한 글들을 소개한다. 책은 페미니스트 영화비평의 시작과 전개, 페미니스트 영화비평의 장르 및 작가분석, 페미니스트 영화비평의 틀과 관심, 세계의 여성감독 32인. 총 네 가지 파트로 구성된다. 각각의 파트에는 관련된 논문을 번역해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첫 번째 파트인 ‘페미니스트 영화비평의 시작과 전개’에서는 영화와 페미니즘의 만남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초기에 진행된 페미니스트 영화이론의 작업은 대중영화 속에 나타난 여성의 전형화된 이미지를 시대별로 기술하거나 공통적 ..
들뢰즈와 시네마 : 양적 vs 강밀한 몽타주 들뢰즈는 (베르토프에게서 찾았던) 물질 변증법의 유기적 구성의 중단을 위한 추가적 수단을 1920년대에서 1930년대 초까지의 두 그룹의 영화 제작자들의 몽타주 경향 속에서 찾는다. 비록 이 그룹은 인상주의와 표현주의로 대비되지만, 들뢰즈는 운동에 대한 양적 접근과 강밀한 접근 간의 대립에 의해 그들의 차이를 정리하는 것을 선호한다. 프랑스적 접근에선 가변적인 현재는 수적 통일성으로 취급되고, 독일의 경우는 강밀한 정도로 다뤄지는데, 열린 전체의 수준에서는 프랑스와 독일의 경향은 칸트의 수학적 숭고와 역동적 숭고로 대립된다. 전자는 수의 무한함이고 후자는 역량의 무한함이다. 들뢰즈는 프랑스의 몽타주 경향을 “일종의 데카르트주의”로 기술하는데, 그것은 운동의 양과 그것을 정의할 수 있게 해주는 계량적인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