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영화에 있어서 자의식이라는 개념은 적대적인 평론가의 저항에 부딪혔다.
코믹한 양식에 대한 청교도적 적대감(F. R. 리비스), 부르주아적 사실의 세계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강조(이안 와트), ‘이야기한다’라기보다 ‘보여주는’ 경향의 ‘극적’소설을 선호(퍼시 러벅), 소설이 19세기의 위대한 리얼리즘 작가들을 통해 일종의 궁극적 모사적 정확성을 성취하였다는 주장이다. 영화 비평 역시 영화에서의 자기반영적 전통 및 창의적 잠재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자의식적’이라는 표현은 ‘과장되었다’라거나 ‘가식적이다’라는 식의 경멸적 의미로 사용되었다. 우디 앨런, 멜 브룩스, 고다르의 작품들이 그렇다. (p188)
주류영화비평의 가정
진지한 영화라면 신비성 있는 사회적 환경 속의 그럴듯한 인물들을 다룬 사실 같아 보이는 재현이어야 한다. / 대중적 저널리즘 비평가들: 현실성의 결핍, 신빙성 없는 등장인물, 그리고 스스로에 대해 관심을 모으는 기법 따위를 비난한다. 또한 자기반영적 영화 작가들을 영화라는 놀이터로부터 환영을 앗아가 버리는 분위기 깨는 자들로 본다.(p189)
자기 반영적 예술가들은 지각되는 모습 그대로의 삶(현실)에 구속받지 않으며, 이야기되어 온 방식 그대로의 스토리들(장르) 혹은 그럴 듯하게 사실처럼 보이려는 의무감에 구속되지 않으려 한다. 자의식적 예술가는 초자연적 입장을 취하며 창조적 세계 속에 코믹하게 모습을 드러내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사건과 등장인물로부터 떼어놓은 채 그것들을 창조한 펜 혹은 붓 혹은 카메라를 의식하도록 유도된다. (p190)
카메오 출연: 세르반테스에서 우디 앨런까지
영화에서 코믹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종종 작가의 카메오 출연이라는 형태를 취한다. <돈 키호테>에서의 세르반테스(포로로 잡힌 병사), 몇몇 영화감독들은 자기 작품에서 지나가는 행인으로 나온다. <안달루시아의 개>에서 여인의 눈을 자르는 남자는 감독인 부뉴엘인데, 이는 편집자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잔혹 영화로서의 도발성을 나타낸다. 고다르는 <네 멋대로 해라>에서 밀고자로, <경멸>에서는 프리츠 랑의 조감독으로 카메오 출연하였으며, <넘버 2>의 경우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감독으로 완전히 스스로를 연기한다. <지옥의 묵시록>, <택시 드라이버>. 직접 등장하는 않더라도 종종 감독들은 극중 대리인의 형태를 취해 비유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설리번의 여행>, <스타더스트 메모리>, <8과 1/2>,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스콜세지 영화 <뉴욕, 뉴욕>의 색소폰 연주자 지미 도일은 스윙 음악의 쇠퇴기에 자신의 시대를 앞서 간 비밥 뮤지션인데, 그는 영화의 관습들이 되어 가는 것에 초조함을 느끼는 스콜세지 본인을 떠올리게 한다.(p190-191)
자의식적인 장르: 잡식적 양식, 해부, 카니발
자의식적 소설은 잡식성 패러디인 <돈 키혼테>와 함께 시작된다. 이 작품은 서사시, 목가, 로멘스, 희극, 그리고 신앙 문학을 차례대로 조롱한다. 자의식적 소설은 ‘해부’(잔소리를 늘어놓는 전략 및 코믹할 정도의 현학성으로 특징짓는 허구의 한 갈레)와 강한 유사성을 지닌다. 해부 작가들은 어떠한 장르도 그냥 두지 않는데, 고급스러운 자료 및 저속한 자료들을 가지고 희롱하듯 예술작품을 만들어낸다.
소설과 극영화 양식은 모든 문화형식들에 개방적이다. “체계의 혼합성”으로 특징지어지는 영화는 문학적 및 시각적 상징들, 집단적 재현, 이데올로기, 미학들을 수용할 수 있으며, 다른 예술들, 더 나아가 문화 전반 내에 개방되어 있다.
소설가와 영화 작가는 종종 새로운 장르에 대해 영역을 한정짓고 경계를 긋지 않으면 안됐다. 반환영주의자들은 장르 강의 상호 충돌에 의해 발생하는 창의적 긴장으로부터 작품의 의미가 부분적으로 생겨나도록 장르들을 합성시킨다. 고다르 <네 멋대로 해라>의 실존주의적 갱 영화, <남성, 여성>의 사회학적 로맨스 등이 그렇다.
패러디는 자의식적 예술의 중요한 재료다. 패러디의 진리는, 예술가는 자연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텍스트를 모방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전통 속에서 글을 쓴다. 매체, 장르, 하위 장르는 예술가보다 선행하는 것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로, 영화 작가들은 어떤 특정 장르 내에서, 특정 감독의 방식으로, 특정 무리의 관습을 따르도록 선택하거나 압력을 받는다. (p191-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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