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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방송 이론 및 비평/영화의 이해

[STORY]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1부)

 

오래전에 읽은 책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책. 바로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이다. 영화학도의 숙명과도 같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 로버트 맥키는 영화감독이자 영화공부를 한 영화학자이기도 하다. 그가 아홉살 때 처음으로 연극계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하니, 그 경력이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책인데, 전부 읽지는 못했어도 한번 정도 책장을 들춰본 아이템이다. 이와 유사한 책으로 앙드레 바쟁의 <영화란 무엇인가>가 있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작가와 이야기라는 예술' / 제2부 '이야기의 구성 요소' / 제3부 '이야기 구성의 원칙들' / 제4부 '작가의 작업'이다. 제1부에서는 이야기의 문제점들을 다루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해 먼저 언급한다. 제2부는 본격적으로 '구조'에 대해 서술한다. 구조의 스펙트럼, 설정, 장르, 등장인물의 성격, 구조와 의미에 대해서 저자의 생각을 풀어놓는다. 제3부는 이야기 구성의 원칙이라느 는 대주제 아래에서 이야기의 실체, 도발적인 사건, 장 설계, 장면 설계, 장면 분석, 구성, 위기, 절정, 결말에 대해 언급한다. 마지막 제4부에서는 작가의 작업 측면에서 대립의 원칙, 해설, 문제와 해답, 등장인물, 텍스트, 작가의 방식에 대해 풀어놓는다. 

 

서론에서는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책이 어떤 책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1. 이 책은 규칙이 아니라 원칙에 관한 책이다. 당신의 작품은 우리의 예술을 구현해 내는 원칙들 속에서 잘 만들어진 것이어야 한다. 2. 이 책은 공식이 아니라 영속적이고 보편적인 형식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여섯 대륙의 모든 관객들을 감동시키고 수세기에 걸쳐 다시 만들어질 만한 작품을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 3. 이 책은 전형이 아니라 원형에 관한 것이다. 세상에 던져줄 원형적인 힘과 아름다움을 지닌 영화를 길러내고자 하는 목적에서 책이 씌여졌다. 이 책은 지름길이 아니라 철저함에 관한 것이다. 시나리오 작가들은 뛰어남이란 곧 참을성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배운다.

 

4. 이 책은 창작의 신비성이 아니라 현실성에 관한 것이다. 5. 이 책은 시장 상황을 어림짐작해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예술 형식에 정통하기 위한 것이다. 6. 이 책은 관객을 경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존경하기 위한 것이다. 이 책은 복제가 아니라 독창성에 관한 것이다. 라고 하여 총 여섯 가지로 책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이 책은 원칙, 보편적인 형식, 원형, 현실성, 예술형식에 정통하기 위한 것, 관객을 존경하기 위해 씌여졌다. 

 

그는 제1장에서 현재 이야기의 문제점들을 서술한다. 책을 시작하는 가장 앞부분에 이야기의 문제점을 언급하는 것은 상당히 상징적이다. 현재 상황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먼저 그는 우리 인생은 엄청난 이야기들 속에서 보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들은 이야기를 향한 이러한 갈망을 단순히 엔터테인먼트로, 삶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 그것으로부터의 탈출로만 이해한다고 지적하면서, 이야기는 현실로부터 도망쳐 나오는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싣고 현실을 찾아나서는 추진체이며 실존의 무정부적인 상태로부터 질서를 찾아내려는 우리의 가장 진지한 노력이라고 말한다. 

 

이야기라는 예술은 세계에서 가장 주독적인 문화적 힘이며, 영화라는 예술은 이야기라는 거대 산업의 가장 주도적이 매체이다. 초보자는 순전히 자기 자신의 경험에만 의존한 채, 과거 경험과 여태 보았던 영화들 속에서 무언가 말할 거리와 말할 방법을 찾게 되리라는 기대만으로 뛰어들고 본다. 이때 가장 많은 실수는, 그가 접해 온 소설, 영화, 연극의 이야기적인 요소들을 무의식적으로 흡수해왔다는 데 있다. 그런데 사회가 바뀌고 있다. 패러다임의 전환 속에서 다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과거의 작가들과 달리 오늘날의 작가들은 아무것도 짐작할 수 없다. 오늘날의 작가들은 우선 사람 안으로 깊이 파고들어 가 새로운 내밀한 시각을 발견해 내고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정련해 낸 다음 점점 더 불가지론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세계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표현해 낼 수 있는 이야기의 매개체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잘 말해진 훌륭한 이야기란 무엇인가? 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 즉 세계가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의미한다. 이런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은 작가의 외로운 임무다. 예술가는 절대로 충동적인 욕망의 변덕스러움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는 능동적으로 자신의 기능을 닦으면서 아이디어와 본능의 조화를 창조해 낸다. 작가로서 당신의 임무는 무엇인가? 당신의 재능으로부터 모든 가능한 창의성을 끌어내는 것이다. 이야기하기에 관해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기능을 다 발휘해야만 재능과 이야기의 결합을 이루어낼 수 있다. 기능이 없는 재능이란 엔진이 없는 연료와 같다. 타기는 신나게 잘 타지만 아무것도 이루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1부의 마지막 문구는 아직도 내게 큰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