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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방송 이론 및 비평/영화의 이해

다큐멘터리 영화 유형2 : 참여, 성찰, 수행적 양식

참여적 양식 (participatory mode)

참여적 다큐멘터리는 제작자가 어떤 주어진 상황에 존재하며 그 결과로 상황이 어떻게 변경되는가 하는 느낌을 전달한다. 제작자가 시적, 설명적, 관찰자적 위치에서 내려와 사회적 배우가 되는 것이다. 참여적 다큐멘터리를 볼 때, 관객은 적극적으로 상황에 참여하는 제작자에 의해 재현된 역사 세계를 목격한다. 관객이 기대하는 내용은 제작자와 대상 간의 만남이 지닌 본질적 성격 및 특성에 의거한 것이다. 제작자가 훌륭한 조언자나 비평가, 질문자, 동조자, 선동가 같은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발생한다. 이러한 제작 스타일을 장 루쉬와 에드가 모랭은 ‘시네마 베리테’라 명명했다. 이는 ‘영화 진실’이란 의미로서, 절대적이고 불간섭적인 진실보다는 만남의 진실을 강조한다. 만약 여기에 진실이 있다면 이는 카메라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상호작용이라는 형식의 진실이다. 참여적 다큐에서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우리 대신 카메라 또는 제작자가 그곳에 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것이다. 

 

제작자는 ‘인터뷰’라는 형식을 통해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넬 수 있다. 인터뷰는 참여적 다큐에서 제작자와 대상 간의 만남이 갖는 가장 일반적인 형식의 하나로 기능한다. 인터뷰는 사회적 만남의 특정한 한 형식이다. 그것은 강제적인 질문 과정이나 일반적인 대화와는 다르다. 제작자는 다양한 설명들을 단일한 스토리 내에 묶어내기 위해서 인터뷰를 이용한다. 이렇게 유용한 목소리들과 자료들이 직조되면서 제작자의 목소리가 드러나게 된다. 참여적 다큐는 제작자의 적극적인 개입을 더하며, 익명성의 보이스 오버에 의한 설명은 피한다.

 

주변 세계와의 직접적인 만남을 재현하고자 하는 제작자와, 인터뷰 및 푸티지의 편집을 통해 역사적 관점을 재현하고자 하는 제작자는 참여적 양식을 구성하는 두 개의 큰 요소이다. 관객으로서 우리는 제작자와 대상 간의 절충된 상호작용과 개입, 감정이 담긴 만남을 강조하는 대화 형식을 목격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러한 특성을 통해 참여적 양식의 다큐멘터리 제작은 가장 사적인 것에서부터 가장 역사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대상을 아우른다. 실제로 참여적 양식이 보여주는 것은 이 두 요소가 어떻게 뒤얽혀 특정 관점에서 역사 세계에 대한 자유로우면서도 현실참여적인 재현을 낳는가 하는 점이다.

 

성찰적 양식 (reflexive mode)

성찰적 양식에 있어서의 관심의 초점은 제작자와 관객 간의 절충 과정이다. 이제 주목할 것은 무엇을 재현하는가 하는 것 못지않게 어떻게 역사 세계를 재현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다큐멘터리의 너머에 있는 세계에 대해 보는 것 대신 성찰적 다큐멘터리는 그 세계에 대한 다큐 자체를 볼 것을 요구한다. 즉 구성이나 재현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다. 호소력이 강한 내용의 다큐멘터리가 좋은 다큐라는 모토에 대해 성찰적 다큐 양식은 의문을 제기한다. 성찰적 다큐에서의 쟁점은 ‘사람들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성찰적 다큐는 리얼리즘에 대한 쟁점을 제기한다. 리얼리즘이 제시하는 스타일은 세계에 대한 접근을 문제화하지 않는 것이다. 성찰적 다큐는 (증거제시형 편집이나 연속 편집, 캐릭터의 개발, 내러티브 구조 같은) 테크닉 및 관습에 대한 도전이다. 베르토프의 <카메라를 든 사나이>는 리얼리티에 접근한다는 느낌을 해체시키고 이러한 느낌 자체가 편집에 의해 구축된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그러한 과정에 대해 성찰해볼 것을 요청한다. 다큐멘터리가 그 자신에 대해 드러내는 ‘진실’이란 어떤 것인가? 성찰적 양식은 자의식적이며 자신의 동기에 대해 성찰적인 재현 양식이다. 관객에게 다큐멘터리와 관객 자신의 관계 그리고 재현 내용에 대해 고양된 의식을 갖도록 자극하는 것이다. 

 

형식의 관점에서 성찰성이란, 다큐 형식 그 자체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정치적 관점에서 성찰성이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한 가정 및 기대를 겨냥한 것이다. 두 가지 관점 모두 브레히트의 ‘소격효과’에 기대고 있다. ‘소격’에는 형식적, 영화적 요소도 있겠지만, 동시에 매우 사회적이고 정치적이기도 하다. 정치적으로 성찰적인 다큐는 사회 조직 및 가정에 대한 인식을 촉구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작동 구조나 원리를 파악하게 된다. 정치적으로 성찰적인 다큐는 사물의 현 존재 방식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방식의 가능성을 환기시킨다. 


수행적 양식 (performative mode)

수행적 다큐는 일반적인 사회의 작동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을 구체화된 지식이 어떻게 제공하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수행적 다큐는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지닌 주관적, 정서적 차원을 강조함으로써 그 복잡성을 강조한다. 수행적 양식의 영화는 사실의 열거와는 다른, 경험과 기억의 주관적 특성을 더욱 강조한다. 이것은 실제의 사건이 상상에 의해 증폭된다고 할 수 있다. 실제의 것과 상상된 것의 자유로운 결합은 수행적 다큐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세계를 향한 창으로서의 기능을 보여주는 다큐의 지시적인 특성이 표현적 특성에 자리를 내주면서 제작자를 포함한 특정 주체의 명백히 개인적인 시각, 매우 구체화되고 특정하게 위치 지어진 시각을 강조한다. 그렇기에 수행적 양식은 사실 세계를 지적하기보다는 주로 감성적이고 표현적인 전달에 주력한다. 이 영화들이 우리의 주의를 끌어들이는 데 사용하는 방법은 수사적인 명령이나 규칙보다는 그 영화들이 분명히 반응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 영화들이 보여주는 재현에 우리는 간접적인 개입을 하게 된다.

 

최근의 수행적 다큐들은 일반적인 것을 특수한 것에, 개인적인 것을 집단적인 것에, 정치적인 것을 사적인 것에 결합시키는 사회적 주체를 재현하고자 한다. 표현되는 차원은 특정 개인에 머무를 수도 있지만, 이는 확장되어 사회적이며 공유된 형식의 주관적 반응까지 포용하게 된다. 수행적 다큐는 픽션에 결과 밀도를 더해주는 표현기법(시점 쇼트, 음악, 주관적인 심적 상태의 제시, 플래시백, 정지화면 등)과 함께, 과학이나 이성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쟁점을 제기하기 위해 쓰이는 웅변식의 기법을 자유롭게 뒤섞는다. 

 

수행적 다큐에서 재현되는 세계를 채우고 있는 표현의 미세한 변화들은 이 세계가 가시적 증거의 총합 이상의 것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알랭 레네의 <밤과 안개>는 이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설명적 양식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뇌리에서 떠도는 듯한 그 해설의 사적인 특성은 이 영화를 수행적 양식에 가깝게 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역사에 대한 영화라기보다는 기억에 관한 영화이며, 위로부터의 역사에 대한 영화라기보다는 아래로부터의 역사에 대한 영화이다. <밤과 안개>는 재현할 수 없는 것들, 즉 그 어떤 이치나 내러티브의 질서도 허용하지 않는 완전히 상상 불가능한 행위들을 재현하고자 한다. <밤과 안개>에서의 목소리는 증거가 확인시켜 주는 내용을 넘어 확장된다. 즉 감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기존에 구축된 그 어떤 지식 틀 안에서 이 사건을 이해한다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함을 인정하게 한다.


수행적 다큐는 지역적인 것, 특정한 것, 구체적인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되찾게 했다. 수행적 다큐는 개인적인 것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이를 통해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으로 진입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