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방송 이론 및 비평/영화의 이해

페미니즘, 영화, 여성 (유지나, 변재란 엮음) 책 리뷰

90년대 초반페미니즘을 도입할 분위기가 무르익었지만체계적인 페미니스트 영화이론서가 한국어로는 부재한 상태에서페미니즘/영화/여성은 페미니스트 영화비평의 출발에서부터 현 단계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관점과 논쟁을 제시한 글들을 소개한다책은 페미니스트 영화비평의 시작과 전개페미니스트 영화비평의 장르 및 작가분석페미니스트 영화비평의 틀과 관심세계의 여성감독 32총 네 가지 파트로 구성된다각각의 파트에는 관련된 논문을 번역해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첫 번째 파트인 페미니스트 영화비평의 시작과 전개에서는 영화와 페미니즘의 만남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초기에 진행된 페미니스트 영화이론의 작업은 대중영화 속에 나타난 여성의 전형화된 이미지를 시대별로 기술하거나 공통적 요소들을 묶어 그 문제점을 드러나게 한다이 파트에서는 마조리 로젠의 팝콘 비너스 혹은 얼마나 영화는 여성을 실제보다 축소시켜왔는가?를 수록한다이 논문은 영화가 산업화되기 시작한 후부터 재현해낸 여성상의 대표적 유형을 페미니스트 시각에서 시대별로 정리한다이러한 시각에서 영화를 정리했을 때남성중심적 사고방식 안에서전쟁과 경제공황의 영향이 많은 부분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또 클레이 존스톤의 대항영화로서의 여성영화는 영화 속에 나타난 여성에 대한 신화를 이야기하며여성 등장인물의 고정화된 특징과 그에 따른 물신주의적 영상에 대해 비판한다또한 할리우드의 두 감독포드와 혹스의 작품 (혹스는 여성을 부정했고포드는 여성이 진보적으로 등장할 여지를 줬다에 깔려있는 신화를 고찰한다그럼으로써 여성들의 투쟁을 위한 대항영화의 개념규정의 통찰을 시도한다마지막으로 수록된 로라 멀비의 시각적 쾌락과 내러티브영화는 정신분석학을 정치적으로 사용하면서 영화를 분석한다시각적으로 다른 사람을 성적 자극의 대상물로 보는 시각쾌락증과 나르시시즘에서 비롯된 동일시를 이야기하며영화 보는 것의 쾌락적 구조를 밝힌다특히 시선에 대해 많은 논지를 펼치는데남성의 무의식 속에 여성이 에로틱한 대상으로서 기능해왔다고 말한다

 

두 번째 파트는 페미니스트 영화비평의 장르 및 작가분석에서는 페미니즘적인 시각에서 장르별로 영화를 분석한다타니아 모들레스키의 히치콕페미니즘가부장적 무의식는 히치콕 영화에 초점을 맞춘다이 논문은 이중성에 대해 많은 부분 이야기한다여성관객은 항상 이중적 욕망-한편으로는 수동적인 객체뿐만 아니라 동시에 능동적(보통 남성인주체와 동일시하고자 하는-에 사로잡힌다필자는 동일시하는 이유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정신분석학을 도입해 여성의 양성성에 대한 논의를 계속한다후에는히치콕 감독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며 영화를 해부한다다음 논문인 제라르 렌느의 괴물과 희생자공포영화 속의 여성은 공포영화 속에 나타난 여성의 유형을 분석한다. <킹 콩>같은 영화를 예로 들며여성의 수동적 위치에 대해 비판한다오만한 여성/정복자의 유형으로 그려지는 여성은 드물다하지만 한편으로는 <엑소시스트>같은 영화에서 나타난 여성의 격렬한 치료과정을 예로 들며여성만이 하는 역할인 마녀에 대해 이야기한다여러 분석을 통해 공포영화 속에 나타난 여성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또 데이비드 로드윅의 광기권위 그리고 이데올로기: 1950년대의 가정멜로드라마에서는 멜로드라마 장르에 대한 고찰과 50년대 가정멜로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표현수단에 대해 분석한다표현수단은 사회적심리적형식적인 세 가지 결정요인들에 의한 미학적 이데올로기로서 이해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두 번째 파트의 마지막 논문인 제임스 카바나의 <에이리언>에 나타난 페미니즘휴머니즘 그리고 과학은 영화 <에이리언>에 나타난 여성 주인공의 분석을 통해 흥미로운 지점을 도출한다. <에이리언>의 강한 여성’ 리플리와 흑인 노동자’ 파커의 관계와 그들을 방해하는 여러 인물들에이리언의 관계를 통해 <에이리언>에 나타난 페미니즘휴머니즘을 이끌어낸다필자는 <에이리언>에서에이리언의 죽음은 강력하고 진보적이며 정당한 페미니즘으로 위장한 휴머니즘의 의기양양한 부활이라고 말한다.

 

세 번째 파트는 페미니스트 영화비평의 틀과 관심으로 영화텍스트 내부와 외부에서의 여성 주체성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한다여성을 주체의 위치에서 소외시키며 타자화하거나 물신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마주하게 된 페미니스트 영화연구는 여성을 주체화하는 가능성의 이론을 모색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그러다보니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전제가 올바른 것이었는가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프로이트적인 담론체계 내에서 오류를 범할 수 있거나 한계를 갖는 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페미니스트 영화연구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든다제인 게인즈의 여성의 재현우리도 다른 쾌락을 즐길 수 있을까?와 재키 스테이시의 애타게 차이를 찾아는 영화보기에서 여성의 주체적인 시선의 문제와 여성관객의 쾌락에 대한 연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글들이다애타게 차이를 찾아는 두 편의 영화 <이브의 모든 것>과 <수잔을 찾아서>를 통해 이러한 시선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이 영화에서 여성관객과 여주인공의 시선이 동일화됨으로써 여성관객은 내부에서 훔쳐보는 여주인공의 시각적 쾌락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또 페트리샤 이렌스의 페미니스트 미학을 향하여반영-혁명-제의는 여성영화가 남성쾌락의 메커니즘을 벗어나서도 미학적인 영화로 설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이렌스는 세 단계의 미학을 제시하며이 미학의 단계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그러면서여성영화의 마지막 미학의 단계인 제의의 미학은 페미니스트 이론이 스스로 파기될 수밖에 없는 남녀평등 사회를 위한 것이라는 가설을 세운다

 

네 번째 파트이 책의 마지막 파트에서는 세계의 여성감독 33명을 소개한다영화사에서 여성감독이 많이 없을 뿐만 아니라잊혀지고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그런 의미에서 여성감독들과 그들이 연출한 영화를 따라간다는 것은 불완전한 영화사를 복원한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여성감독은 대체로 흥행수입에 실패했고연기자로 들어와 영화감독에 입문했으며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작품을 제작하지도 못했고예산이 적게 드는 소재로 영화를 찍었고주요 스타들이 등장하지 않았다또 모든 여성감독들이 다 여성영화를 만들었다고 볼 수는 없으며 여성감독은 그 희소성으로 말미암아 상업적 계산의 재물이 되기도 했다하지만 60년대 이후 여성해방운동이 고조되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여성의 이야기(건강낙태강간을 비롯한 성폭력육아이혼취업임금나이 듦)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70, 80년대시간이 흐르며여성감독의 지형은 몇 가지 변화와 함께 진보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하지만 그들의 활동이 다수의 지배적인 영화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며그 변화는 우리가 매일 보는 영상문화에서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여러 면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종합적 시각을 제시한다그 중 대부분의 논문이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에 토대를 두고 논지를 진행해나간다하지만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 자체가 성차별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봤을 때이러한 논의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페미니즘과 영화비평을 연관 짓는 부분에서 정신분석학만큼 잘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없기에책 말미에서 주장하듯프로이드를 넘어선 새로운 페미니스트 이론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책이 나온 지 약 20년이 흐른 지금 페미니스트의 시각에서 영화 텍스트와 콘텍스트는 어떻게 변화했고지금은 어떤 상태인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